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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복이 필요할 때 해피트리

샘터 ㅣ 2021년 6월 발행

 정재경(식물에세이스트) ㅣ 그림 김예빈


사무실 한쪽에 있던 그 식물은 마치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같았다. 밀려드는 업무에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데 오도카니 서있는 식물을 쳐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이 참, 바빠 죽겠는데···'. 그래도 시들어 축 늘어진 잎들이 사료를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빤히 이쪽을 보고 있기에 멈춰 서서 물을 주어야 했다.


화분 흙은 바짝 말라 물을 머금지 못하고 그대로 흘렸다. 바닥이 물로 흥건해졌다. 또 한숨이 나왔다. 걸레를 가져와 기어이 바닥을 닦게 만드는 식물에게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냥 외면하면 될 걸 물을 줘서는 일거리를 만든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그러면서도 '이럴 때 청소하지 언제 청소하나'라고 애써 긍정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 잎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그라미들이 눈에 띄었다. 정체는 확실히 모르곘지만 소름이 뒷골부터 목덜미를 지나 아킬레스건까지 찌릿하게 훑고 지나갔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게 틀림없이 벌레였다. 눈길도 주기 싫었지만 그대로 둘 순 없어 왼손으로 잎을 잡고 오른손으로 휴지를 접어 그사이에 잎을 끼워 넣고 일렬로 매달린 동그라미들을 죽 밀어냈다. 갈색 생명체의 형태가 사라지면서 휴지에 흔적을 남겼다. '으악! 이 징그러운 벌레들이 내 나무에 기생하다니!'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잎을 하나하나 닦았다.


갈색벌레의 은신처는 이 나무 하나뿐이 아니었다. 초록색 잎을 가진 비슷한 모양의 나무와 가장자리에 흰색 무늬가 있는 나무의 잎이 모두 갈색 벌레로 뒤덮여 있었다. 반포기 심정으로 화분들을 발코니로 옮기며 뜨거운 태양이 벌레들을 구워버리길 바랐다. 그러다 자칫 식물이 먼저 구워질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그래도 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나무들은 한여름 땡볕에 힘겨워 하면서도 쏟아지는 소나기를 벌컥벌컥 마셔가며 생명을 유지했다.


사무실을 이사하며 하는 수 없이 세 개의 화분을 모두 데리고 왔다. 나무들 이름은 해피트리, 녹보수, 벤자민 고무나무였다. 해피트리는 톱니처럼 뾰족하고 녹보수는 잎 가장자리가 매끈한 편이다. 벤자민 고무나무는 녹보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 가장자리에 흰색 테두리가 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해피트리는 두릅나무 과, 녹보수는 능소화 과, 벤자민 고무나무는 뽕나무 과로 성질이 각기 다른데 모두 벌레가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면역력에 좋은 초여름의 기운

나무들의 잎에 생기는 벌레를 피하고 싶다면 잎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편이 좋다. 식물에 수분이 부족하면 잎이 마르고 당분의 농도가 높아진다. 단 걸 좋아하는 벌레들이 활개를 치기 딱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한 번 벌레가 생긴 나무는 계속 벌레가 생기는데,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식물도 사람과 똑같아 건강한 식물은 내성이 강하고, 아픈 식물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


벌레도, 땡볕도 견딘 나무들이건만 실내 환경을 힘들어 했다. 벤자민 고무나무도, 녹보수도 떠나고, 결국 해피트리 한 그루만 남았다. 해피트리에서는 여전히 깍지벌레가 떠나질 않아 급기야 한 잎 한 잎 닦아주기 힘들만큼 많아졌다. 잎을 모두 제거하고, 가지만 남은 해피트리를 정성껏 목욕시켜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야.' 하지만 겨우내 해피트리는 그 상태 그대로 머물렀다.


작년 봄, 앙상하게 마른 해피트리 잔가지를 눌러 보자 '탁' 소리를 내며 힘없이 부러졌다. 물기 없이 완전히 말라 있었다. 역시 잎을 모두 제거한 건 무리였을까? 섣불리 행동한 것이 미안해졌다. 해피트리와도 헤어질 때가 왔나보다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당으로 내놓았다. 그러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뒷정리를 미룬 채 보름 즈음 흘렀을까.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초록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다 죽어가던 나무였는데 설마. 희망 고문이겠지'라고 기대감을 억누르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세상에! 새 잎이 몇 장 솟아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너무 예뻐!' 나뭇잎을 쓰다듬으며 그간 건네지 못했던 수다를 늘어놓았다.


해피트리는 초여름부터 팝콘처럼 새 잎을 팡팡 틔워냈다. 덕분에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 있는 생명을 목격하며 강렬한 기쁨을 만끽했다. 마치 출생 직후부터 백일까지 폭풍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듯 했다. 내친김에 봄부터 가을까지 마당에서 키웠다. 잎을 태울 것처럼 뜨거운 한여름의 햇볕을 맞으며, 화분을 통쨰로 쓰러뜨리는 강한 태풍과 맞서며, 양동이로 쏟아 붓는 것 같은 빗물을 마시며 해피트리는 거친 파도를 가르는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 서퍼처럼 잎도 진해지고 줄기도 굵어졌다. 가을 지나 다시 실내로 들이며 혹시 또 해충에게 공격을 당할까 걱정되었지만 튼튼해진 나무는 벌레의 공격을 이겨냈다. 갈색벌레는 겨우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초여름엔 모든 식물이 강해진다. 그 중에서도 잎이 터지듯 솟아나는 해피트리의 새 잎은 유독 큰 에너지를 머금는다. 해피트리가 전해주는 생명의 힘은 자신의 잎은 물론 주인의 마음에까지 단단한 근육을 키워줄 것이다.


*해피트리 관리법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물을 준다. 일반적인 실내의 경우 열흘 안팎이 주기다.

-잎에 자주 물을 분무해준다.

-여름에 잎이 빼곡해지면 중간 가지를 솎아 바람 기을 만들어준다.


History



2021   브랜드 크루시 론칭 

           상호명 '초록생활'로 변경 

           책 《우리 집은 식물원》출간



2020   에세이 테라피 〈일간정재경〉프로젝트 (2020.10~)

           정재경 대표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 리추얼 메이커 활동 (2020.9~)

           책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출간



2018   책《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출간

           더리빙팩토리 Milk & Mint 시리즈 출시



2017   더리빙팩토리 California 시리즈 출시



2016   더리빙팩토리 Forest 시리즈 출시

           리빙센스 리빙마켓 주최



2015   더리빙팩토리 Glam Pink 시리즈 출시



2014   인스타일 선정, 대한민국 주목할 만한 리빙 브랜드 24 선정



2013   더리빙팩토리 ONE2 시리즈 출시

           성남시 최초 디자인협동조합 '몽당' 설립



2008   복합문화공간 카페 '세컨드팩토리' 운영

           더리빙팩토리 Retro 시리즈 출시



2004   생활용품 디자인 회사 더리빙팩토리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