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공기는 반려식물이 책임진다, 2백여 식물과 함께 살기

행복이가득한집 ㅣ 2018년 10월


2백여 식물과 동거

초록이 가득한 집

생활용품 브랜드 더리빙팩토리 대표이자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반려식물'에 관해 연재 중인 정재경 씨. 유난히 호흡기가 약한 자신과 아들을 위해 집 안에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운다. 2백 주 화초와 함께 살고 있는 판교의 정재경 씨 집을 찾았다.


                                                         

사무실로 쓰는 지하 1층. 지상 2층까지 이어지는 직사각형 통유리관 덕분에 볕이 잘 들어 유리 천장 아래 식물을 가득 뒀다.


기계로도 대체 못 하는 식물의 힘

"미세먼지 가득한 날 뛰어놀다 들어온 아이가 쏟은 코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란 아이거든요. 저 또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폐가 위치한 등 뒤쪽이 뻐근하게 당기는 불편함이 있었고요."


호흡기와 폐가 예민한 아들과 그는 마침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한 터라 식물이 가득해 마치 숲 같은 집을 만들고자 했다. 2년간 50여 주 식물을 2백여 주로 늘렸고 집 안은 점점 초록으로 물들어갔다. 마치 온실을 방불케 하는 집은 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의 '나쁨'일 때 실내는 5㎍/㎥의 '좋음'으로 측정된다.

                       

김은미 작가의 그림이 걸린 거실. 헤이 양옆으로 각기 다른 식물을 대칭 구조로 배치했다.


"식물은 공기를 정화할 뿐 아니라 먼지를 흡착하는 효과도 있어요. 이렇게 식물이 많으면 어떻게 청소하느냐 염려하는 분이 많은데, 청소하기 어렵지 않아요."


건조한 겨울에도 가습기가 따로 필요 없고 부부 침실, 아이 방, 서재, 거실, 다이닝룸, 지하 1층 정재경 씨의 사무실 등 곳곳에 놓인 초록 식물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외부 공기가 유입. 초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창가에는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스파티필룸이나 벤저민 고무나무를 둔다.


먼저 거실 모퉁이 창문 아래에 있는 아레카야자. 1980년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과학적으로 실내 공기 정화 효과를 인정한 에코 플랜트로, 실제 우주선에 싣고 가는 대표 식물이다. 이 밖에 대나무야자, 인도고무나무, 아이비, 피닉스야자, 거베라, 베고니아 등이 있는데 모두 실내의 온도, 빛, 공기의 질을 조절한다. 유해가스를 흡수해 공기를 맑게 만들고 음이온을 배출해 미세먼지와 악취 등 오염 물질을 중화한다. 또 전자파와 오존도 흡수하며 인체 신진대사를 도와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공기에 산소가 풍부하면 인체 내 산소 포화도가 올라가 인간의 생산성이 20% 가까이 향상된다고 해요. 또 실내 환기를 자주 할 필요가 없어 건물의 에너지 소모도 15% 정도 줄어들고요. 식물이 주는 긍정적 효과로 공기 정화, 마음 치유, 심미적 만족감이라는 3종 세트를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어요. 일명 지속 가능한 식물 산소 탱크 만들기 프로젝트랍니다."

                     

다양한 식물을 3단에 걸쳐 심을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은 벽화분.


예쁜 식물을 더욱 잘 배치하는 법

결혼 생활 18년 동안 총 열일곱 번의 이사를 했고, 지금의 판교 집에 이사 온 건 2년 전이다. 친환경 코르크 마루와 실내 습기를 조절하는 데 탁월한 규조토 벽 그리고 사방에 난 창으로 햇살 가득한 집이 마음을 사로잡아 선택했다. 1층과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지하 1층은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따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고, 수없이 이사를 하며 지켜온 비교적 단출한 살림을 채웠다. 그리고 빈 공간에는 어김없이 식물을 놓았다.

                   

더리빙팩토리의 대표 정재경 씨. 에코 플랜테리어 책《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펴내기도 했다.


"통일,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을 고려한 배치예요."

정재경 씨가 조언하는 식물 배치법의 첫째는 바로 '통일'로 화장실의 비누 받침, 타월, 칫솔꽂이, 슬리퍼 등의 색상을 통일해 단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과 함께 화분 색상을 통일하는 것. 소재의 변화를 주되 공간마다 화분 색상을 통일한다는 규칙이다.


                 

욕실에는 스킨답서스, 개운죽 등 암모니아를 흡수하는 식물을 뒀다.


둘째는 '비율'이다. 1:2 혹은 2:1 비율로 높이를 달리한 식물을 함께 두면 시선이 고루 분산되고 안정감 있는 배치가 가능하다.


셋째는 '균형'으로 어느 한 공간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분산하는 배치로 전체적인 균형감을 조성한다. 한 공간에는 큼지막한 화분이 하나 있는가 하면 다른 공간에는 작은 화분 대여섯 개를 모아놓는 식이다.


넷째는 '대칭'으로 비슷한 크기의 화분 두 개를 콘솔이나 선반, 수납장 양옆에 배치해 대칭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때 똑같은 식물은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니 아레카야자와 인도고무나무, 떡갈나무와 아로우카리아 등 다른 종류를 놓기를 추천한다.


                 

정재경 씨의 집과 옆집 사이 방치해둔 공간을 올여름, 비용을 반반씩 부담해 바닥을 깔고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꾸몄다.


마지막으로 '리듬감'인데, 강약 중강약에 맞춰 양감이 다른 화분을 두루 섞어 배치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바이러스처럼 면역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분명한 유해 물질이죠. 다행히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필수 가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지역별 학군에 따라 공기청정기가 없는 곳도 많아요. 키가 작은 아이들은 성인보다 밀도가 높은 나쁜 공기를 더 많이 마시는데 말이죠. 저는 단순한 식물 사랑이 아닌, 우리가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해결책으로 식물을 알리고 싶어요. 공기 청정기가 아닌, 식물을 들인 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사람의 공생이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 교육 재단에 이러한 중요성을 알릴 예정입니다."

               

침대 양옆으로 대칭 구조로 벵골 고무나무와 녹보수를 뒀다. 그림은 김푸름 작가의 작품.


나쁜 공기를 피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산소 탱크를 갖고 싶어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정재경 씨. 온실을 닮은 이 집을 나무와 넝쿨이 가득한 정글 같은 집이 될 때까지 식물을 키우고 가꿀 예정이다. 반려식물이 함께하는 정재경 씨의 오늘은 어제와 같이 푸르며 싱그럽다.


글 이경현 기자 ㅣ 사진 이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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