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T OF LIFE

밀크 코리아 ㅣ 2016년



Welcome! Grey Bricks Green House

라이트 그레이 벽돌로 네모반듯하게 지어진 담백한 외관이 인상적인 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실을 방불케 하는 200여 개의 초록 식물들과 따뜻한 햇살이 손님을 반긴다.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그룹 더리빙팩토리를 운영하는 정재경 대표는 2년 전 지금의 주택으로 이사했다. 도시에서 일하는 엄마로 살며 아파트라는 편리한 공간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녀는 친환경적이며 창의적인 삶을 동경하고 지향해 온 자신의 가치관과 실제 삶의 모습이 일치해 가길 바랐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환경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오랫동안 살던 아파트를 떠나 주택을 찾았고, 지척이었지만 떨어져 있던 집과 작업실을 한데 합쳤다. 집과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두 가지 환경을 모두 바꾼다는 것은 가족은 물론 디자이너로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기대한 결정이었다. 사실 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은 낭만적인 이유보다 더 절실한 계기가 있었다. 엄마를 닮아 호흡기가 약한 아들이 평소 잔병치레가 없다가도 뿌연 연기 속에서 운동하고 오면 갑자기 코피를 흘린다거나, 자신 역시 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돌아온 날에는 초저녁부터 쓰러지듯 잠이 들거나 등 뒤 폐 쪽이 뻐근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삶의 태도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다. 사는 동안 평생 노출될 수밖에 없는 공기는 건광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특히 요즘 점점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나 황사, 오존 등은 바이러스처럼 면역력을 강화시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기가스나 담배 연기 같은 유해 물질이라고 인식을 바꾸고, 생활 습관이나 환경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주택행을 결심하고,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새 공간을 알아보던 중 지금의 집을 만났다. 튼튼한 마감재에 스튜디오처럼 널찍한 실내 공간, 가벽과 계단 등 다양한 건축 요소를 활용해 공간을 영리하게 분리시킨 구조와 전 층이 프라이빗하게 구분되면서도 유리관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유연함이 마음에 들었다. 남향집이라 온종일 채광도 풍부하고, 아담한 마당과 옥상이 있는 것도 선물 같았다. 외부 공기가 아무리 탁해도 집 안만큼은 깨끗한 산소로 가득한 작은 숲 같은 공간이 되길 원해 적극적으로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사무실과 집에서 기르던 식물에 2000~3000원짜리 포트들을 더해 각 층에 30개씩 총 100여 개의 식물이 새 집의 가족이 되었고, 매일 부지런히 보살핀 결과, 1년 만에 200여 개의 반려 식물이 사람과 함께 건강하게 숨 쉬는 그린하우스가 탄생했다.


1 탁 트인 거실은 집 안에서 채광도 가장 좋고, 식물도 가장 많은 공간이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나 햇살이 지나는 벽면을 따라 식물을 배치한 플랜테리어가 돋보인다. 식물은 큰 나무를 중심으로 작은 식물을 크기별로 리듬감 있게 배열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재경 대표가 평소 좋아하는 식물을 크기별로 리듬감 있게 배열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재경 대표가 평소 좋아하는 김은미 작가의 컬러감 넘치는 도시 데생화와 반려 식물, 심플한 가구 배치로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2 오픈형 거실은 세 벽면에 가로형 창이 나 있다. 아침 햇살이 들어와 저녁 무렵까지 종일 드리우니 아늑함이 그만이다. 널찍한 거실은 높은 소파를 놓아 거실과 티 테이블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키 높은 소파 뒤로 모듈 선반을 배치하고, 여행지에서 하나둘씩 모은 가족의 추억이 담긴 컬렉션으로 꾸몄다. 3, 4 지하와 1, 2층 공간을 이어주는 계단 공간. 평면 구조로 이루어진 계딴은 각 층의 독립성을 보장해준다. 5 소파 공간 뒤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세컨드 거실. 집과 오피스가 하나라 가끔 업무용 미팅을 나누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미니멀한 2층 부부 침실. 원목 침대 하나로 심플하게 꾸몄지만 김푸름 작가의 작품과 모던하게 변형된 에스닉 스타일의 침구 등 컬러와 패턴으로 공간에 활력을 주었다.


모던 마더를 위한 완벽한 동선의 집

지은 지 4년 차가 된 지금의 집은 신재호 건축가가 직접 살기 위해 짓고, 실제 2년을 살다 업무 차 이사를 가게 된 시기에 만났다. 실력 있는 전문가가 정교하게 만든 구조 덕분에 살림과 업무를 한 공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그녀의 미션이 완벽하게 해결했다. 층마다 각 공간별 용도를 명확히 구분해두었는데, 지하 1층은 사무실 겸 쇼룸, 1층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퍼블릭 공간, 2층은 침실, 아이 방, 놀이방, 서재 등이 있는 프라이빗 공간으로 사용한다.

1층은 가족 모두의 공간이자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최적화로 꾸몄다. 그녀는 이전 집에서도 TV를 두지 않았다. 시커멓고 덩치가 커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이 없으니 디자인적으로도 훨씬 보기 좋고, 온통 TV 화면에 시선을 빼앗기는 대신 가족끼리 독서나 대화, 티타임 등을 자주 보내며 눈을 보고 교감하는 패밀리 문화도 자리 잡았다. 손님이 오면 거실은 온실 같은 편안한 카페가 되고, 거실과 연결된 다이닝 룸은 모던하고 친환경적인 콘텝트의 레스토랑이 된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나오는 널찍한 지하 1층은 더리빙팩토리의 오피스 겸 쇼룸이다. 건물 내부에서 보면 지하 층이지만 빛이 들어오는 구조라 어둡거나 습하지 않고 밝다. 창가 쪽으로는 책상, 작업용 큰 사이즈 테이블을 두어 업무를 보고, 반대편 벽면으로는 선반을 배치해 제품을 수납하고, 창고 용도로도 사용한다. 모든 층은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각 층마다 사생활이 보호되지만 가운데 유리관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며 중첩되는 장면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호흡한다.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컬러풀 가구와 소품들

집은 심플하게 꾸며졌지만 컬러와 패턴을 동화처럼 사용하는 그녀의 감각 덕분에 특유의 생기가 넘친다. 깨끗한 벽과 바닥으로 바탕을 만들고 살아 있는 식물의 녹색, 햇살, 원목 등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컬러감을 찾아내 가구, 소품, 작품 등으로 적재적소에 리듬감 있게 배치했다. 남다른 컬러와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탑재한 가구와 소품, 작품 컬렉션은 그간 하나씩 차곡차곡 모은 것으로 모두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평소 물건을 구입할 때는 사용 목적을 우선하고 소재와 디자인, 공정 방식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물건들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전 세계 각지에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을 보면 사게 됐죠. 예를 들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인 조 콜롬보의 수납 트롤리 '보비'는 LA로즈볼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50달러에 건진 보물인데, 작은 부피로 많은 수납이 가능한 입체적인 디자인에 끌려 비행기에 겨우 싣고 왔어요. 준서가 다섯 살 때 조카들과 함께 미국 여행을 떠나 구매한 것인데 이 가구를 볼 때마다 그떄 기억도 떠올라 미소가 지어져요. 태국 치앙마이 여행 때 아티스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구매한 영롱한 색상의 컵들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애정템이죠. 거실에 놓은 올리브 그린과 골드 컬러의 은은한 색감이 고급스러운 원형 스툴도 태국의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의 작품이에요. 설계도만큼 섬세한 구조적인 그림에 컬러풀한 색상을 베리에이션하는 김은미 작가도 데뷔 시절부터 일찍이 사랑하게 된 아티스트죠."


 

1 남쪽으로 널찍하게 창이 배치되어 채광과 통풍이 잘되는 아들 준서의 방. 탁 트인 1층과 달리 각각의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2층 구조의 묘미를 살려 침실, 공부방, 욕실 등을 걷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2층에도 식물들을 곳곳에 두어 자연과 늘 함께한다. 2 집도 일상도 좀 더 예쁘게 만드는 엄마 덕분에 디자인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아들 준서. 엄마, 준서가 직접 그린 그림과 가족 사진 등으로 데커레이션을 완성했다. 욕실에도 식물이 풍성하다. 세면대 선반에는 공기 정화용 화분을 놓고 욕조 주변에도 식물을 배치해 싱그러움을 더했다.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리추얼 라이프

SNS에 '3층 집에서 일도 하고 살림도 하는 24시간 근무 체재 디자이너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에게 더리빙팩토리의 오피스 겸 쇼룸으로 사용하는 지하 1층은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살림집과 함께 있지만 일상과 분리된 업무의 영역이고, 일과 삶의 균형감을 좀 더 긴장감 있게 느끼게 해주는 저울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처음 집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든 점이 일과 개인적 삶을 조절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표대로 정해놓은 생활을 하고, 24시간을 알뜰히 아껴 쓰며 2~3가지 일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출퇴근 시간을 아껴 식물을 200개나 혼자 관리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올해 열두 살이 되는 아들 준서도 엄마가 매일 집에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생기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고 말해요. 저 역시 좋은 에너지로 가득하고, 정신적인 여유가 태도의 여유도 만들어주고 있죠."

엄마, 디자이너, 일, 딸, 여자. 이름 석 자에 주어진 다양한 역할 속에서 혼란스럽고 버거웠던 시간을 날림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고민했던 그녀는 지금의 공간을 통해 삶의 균형감을 연습하고, 상쾌한 공기처럼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정재경 대표가 이사를 계기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며 집중했던 화두 중 하나가 리추얼(Ritual)이다. "매일 아침 5시 30분이면 일어나 새벽의 고요한 정적을 느끼며 마음과 머리가 잔잔한 호수가 되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사고의 흐름을 깨는 외부의 자극이 없는 이 시간은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때죠. 다양한 매체에 기고할 칼럼이나 현재 운영 중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신제품을 디자인하는 등 창의적인 일을 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그냥 책을 보는데 한 번에 700~800페이지를 읽는 효율이 생기기도 하죠. 그런 뒤 식물을 관리하고, 아침 운동, 가족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남편의 출근과 아이의 등교를 돕고 나면 본격적인 제 업무를 시작하는 9시가 돼요. 평소 컨디션 조절이라고 생각했던 일상도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 리추얼이란 것을 알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삶에 더욱 확신이 들었어요." 그녀에게 지금의 주택은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며 일과 생활에 다양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최근 집에서 두 시즌의 브랜드 카탈로그를 촬영했을 정도로 공간 속 빛의 그림자, 나뭇잎의 움직임, 해의 방향, 공기의 온도는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워주고 실제 디자인 작업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주었다. "식물은 살아 있는 존재라 지속 가능한 산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죠. 사람과 함께 성장해 지루하거나 싫증날 틈이 없어요. 숲처럼 정글처럼 푸르름으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 밀크코리아 Milk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