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의 집

리빙 센스 ㅣ 2016년 11월 발행



'더리빙팩토리' 정재경 대표가 판교의 주택으로 이사했다. 적재적소 필요한 살림만을 꾸리고 초록 화분을 많이 두어 싱그러움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늘 푸른 집을 소개한다.


1 큰 대로변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집. 2, 4 청소 도구함으로 쓰던 자투리 공간을 가족 박물관으로 활용했다. 이때 소장품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색상별로 묶어 진열한 것이 정재경 대표의 스타일링 팁. 3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카르텔 의자. 각기 다른 색을 섞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리빙 디자이너의 안목으로 고른 주택

리빙 브랜드이자 공간 컨설트 전문 회사 '더리빙팩토리'와 성남시 최초의 디자인 협동조합 '몽당디자인협동조합'의 정재경 대표, 결혼 16년 차 주부이자 과학자가 꿈인 열 살 준서의 엄마이기도 한 정재경 대표가 최근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사무실과 집을 통틀어 총 17번 동안 이사를 하며 생긴 직관적인 안목으로 단번에 이사를 결정한 곳이다. "큰 도로를 벗어난 안락한 지대에 사방의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따스한 집이에요. 바닥에는 친환경 재질의 코르크 마루를 썼고 시멘트 벽에는 규조토를 발라 집 안의 습기도 조절되고요. 직접 지어도 이보다 잘 짓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하 1층과 지상 2층까지 이어지는 직사각형의 통유리관이 이 집의 매력 포인트. 하늘에서 햇볕이 내리면 3층의 공간에 모두 스며들고 유리를 타고 비가 흐르는 순간도 관찰할 수 있다.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공간을 꿈꾸다

"이전 집에 살던 살림살이를 그대로 가지고 왔어요. 당장의 욕심에 많이 사고 많이 버리는 대신 잘 만든 제품을 오래도록 사용하려고 해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가치를 믿어요." 거실에 둔 까사미아의 가죽 소파도 새로 사는 대신 커버링만 다시 했다. 사는 비용과 맞먹지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주방, 침실, 아이 방 역시 웬만한 건 모두 그 동안 써오던 가구를 그대로 들였다. "창문이 많고 채광이 좋은 이케아의 커튼이에요. 집 전체에 달았는데 30만 원이 채 안 나오는 합리적인 가격도 만족스러워요."


1층과 2층이 연결된 계단. 헤이의 선반 위로 〈아시아프〉에서 구매한 김은미 작가의 그림을 건 거실. TV를 없애고 곳곳에 책을 두어 여가 시간마다 책 읽는 풍경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3 침대는 까사미아, 베딩과 커튼은 이케아의 제품. 까사미아 시타 시리즈의 쿠션은 정재경 대표가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지하 1층 '더리빙팩토리'의 사무실. 해가 잘 들어오는 통유리 천창 바로 밑에 화분을 두어 지하 공간에서도 화분이 잘 자란다. 2 거실 한쪽의 모퉁이 창문. 이곳에서도 역시 화분을 여러 개 두었다. 아침이면 약속을 한 듯 온 가족이 이곳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읽는다. 3 아이 방에는 '필로덴드론 셀로움'이라는 식물을 두었다. 공기를 정화하고 음이온을 방출해 공부방에 두면 좋은 식물이다. 책상과 침대는 모두 리바트.


자투리 공간으로 꾸민 가족 박물관

정재경 대표의 자투리 공간 활용법이 참 재미있다. "17번 이사를 하는 동안 거추장스럽거나 불필요한 살림은 모두 정리하고 살았어요. 하지만 억만금을 줘도 다시 살 수 없는 물건은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존엔 창고 겸 청소 도구실로 사용했던 직사각형의 공간에 이케아 선반을 두고 가족의 추억 어린 소장품을 진열했어요. 쟁여놓는 대신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가족 박물관으로 꾸몄어요." 선반에는 소싯적 정재경 대표가 사용하던 곰돌이 모양 빙수기, 아들 준서가 두 살 때 가지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 신혼 집들이에 선물받은 시계 등을 두었다. 그간 영감을 준 책도 두고 틈틈이 꺼내보곤 한다.


초록으로 물들인 청정 공간

"미세먼지에 민감한 편이에요. 초록 식물은 미세먼지를 잡아 먹어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에요. 그래서 집 구석구석 가능한 한 많은 화분을 두었어요." 실제 농촌진흥청에서 20㎡의 거실을 기준으로 1m가 넘는 화분 서너 개를 놓으면 새집증후군이 완화되고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래서 채광이 잘 드는 빈 공간마다 화분을 뒀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물을 주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정재경 대표. 거실 옆 모퉁이 창문 바로 아래가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나사(NASA)에서 우주선에 싣고 가는 식물이 '아레카야자'라고 해요. 그만큼 관리가 쉽고 유해 공기를 정화하는 데 탁월한 식물이죠. 토종의 '산호수', 로즈메리, 루비고무나무도 두루 두었어요. 테이블 위에 둔 '홍콩야자'는 정말이지 아무 데서나 잘 자라서 추천하고픈 식물이에요." 그저 '보기 좋은 집' 대신 '오래도록 살기 좋은 집'을 이룬 정재경 대표. 따스한 봄이 되어 옥상과 화단마저 초록으로 물들일 계획에 들떠 있는 정재경 대표의 가치 어린 집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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