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시냇물을 찾듯 자연스러운 안식


$%name%$ 크루! 수요일에도 만나고 금요일에도 만나니 더 좋네요. :)
벌써 10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에요. 이제 2021년은 두 달 남았네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남은 달도 $%name%$ 크루답게 보내길 응원할게요!

오늘은 크루시가 만난 두 번째 크루! 좋은 잠을 위한 도구를 만드는 '식스티세컨즈' 브랜드 디렉터 김한정 크루의 초록생활을 나눠요. 김한정 크루와의 만남은 이태원에 위치한 식스티세컨즈 라운지에서 이뤄졌어요. 만남 장소에 가려고 반포대교 잠수교를 건너는데,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가을 노을은 어쩐지 더 낭만적이지 않나요? 가을의 단풍을 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버스 창문을 살짝 열어 바람을 맞으며 빨갛게 무르익는 하늘을 한참 봤어요. 

김한정 크루의 초록생활이 궁금했던 건 그의 SNS에 올라온 한 게시물 때문이었어요. 내용은 대략 이러해요. 식스티세컨즈 라운지 앞엔 건물 3층 높이의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요. 어느 날 그 나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위험 수목으로 지정된 거예요. 그 결과로 몸통의 반이 잘렸고요. 김한정 크루는 그 나무 때문에 지금의 라운지를 결정했다는 말과 함께 답답한 마음을 공유했어요. 그 글을 보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 반려인의 심정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궁금하더라고요. 공간 바깥에 심긴 나무에 마음을 주고 애정을 쏟는 사람의 삶이요. 지난 초록생활에서 소개했던 영화 <플립>에서 길가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아끼던 소녀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바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식물을 사랑하지만 잘 다루진 못하는 저의 이야기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겠다는 회신이 왔어요.🥺

'식물을 사랑하지만 잘 다루지 못한다.' 어쩐지 식물 앞에 소심한 제 마음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식물을 사랑하고 식물에서 안정을 얻는. $%name%$ 크루의 마음도 혹시 그렇진 않나요? 그렇다면 김한정 크루의 이야기가 더 깊은 울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

그럼, 이야기 시작할게요! 🙌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 자연스러운 안식

사진 ⓒ 김한정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리려 하는데, 어떻게 여쭤보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식물과 김한정을 엮어서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식물을 사랑하는 김한정? 식물에 쉼을 얻는 김한정? 
아, 그쵸. 오피셜하게는 매트리스를 파는 ‘식스티세컨즈’ 브랜드 디렉터 김한정이라고 하는데···. 이 질문은 나중으로 미룰까요? 얘기하면서 정리해볼게요. 


네, 그러죠! 그럼 두 번째 질문부터 드릴게요. 자연을 가까이한다는 말은 그 자체만 보면 어색한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근데 자연을 가까이한다는 말을 들으면 분명 어떤 느낌이 들긴 하거든요. 실장님은 언제 처음 자연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어릴 때 자연 가까이서 살았던 환경적인 영향이 커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쭉 시골에서 살았어요. 산 올라가서 뱀을 잡아 보기도 하고 되게 자유분방하게 다녔죠. 그러다가 도시로 이사를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저변에는 계속 그때 느낌들이 남아 있었던 거예요. 그때 봤던 노을이나 학교 끝나고 옆으로 새서 숲에서 놀다가 돌아가던 기억들이죠. 20대에 목표지향적으로 살다가 30대 초반쯤, 나를 사랑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는데요. 내가 무얼 좋아하나 하고 봤더니 대부분 자연에서 기인한 것들이더라고요.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들이요. 


나를 챙기려는 마음을 가지니, 어릴 적 경험을 찾게 됐다는 흐름은 무의식적이네요. 
렇죠. 누구에게나 타고난 기질을 자각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내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타이밍을 마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딸들과 산책을 자주 하시더군요. 
사실 산책을 좋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원래는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산책을 많이 다니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도시 안에서 산책이라봤자 뻔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어요. 지금 집이 정확히 네 번째 집인데요. 두 번째 살던 집은 4층이었어요. 4층 정도면 집에서 고개를 돌려도 나무 끄트머리 초록이 보여요. 그러다가 세 번째 집을 7층으로 갔는데, 아파트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이전 집에선 몰랐는데 너무 삭막해서 미쳐버리겠더라고요. 삶의 만족도와 질이 너무 떨어지니까 2년 계약 기간도 채 안 돼서 이사를 결정했죠. 지금 집은 산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이고, 1층이에요(웃음). 이 아파트엔 산책로가 있는데 산 바로 옆이니까 산책로가 산으로 이어져요. 딱히 산책할 생각이 없어도 비 오는 날 창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숲 냄새가 좋아서 나가게 되고, 햇빛이 좋으면 햇빛 맞으러 나가고 그래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가게 됐어요.  



산책을 하는 행위도 무의식적이네요. 산책을 하며 나누는 대화는 집에서 나누는 대화와 또 다를것 같아요.
정말 달라요. 큰아이가 6학년이고, 작은아이가 4학년인데요. 작년부터 큰아이에게 사춘기 끼가 보이는 거예요. 자기 얘기를 안 해요. 항상 방에 들어가 있고. 그런데 밖으로만 나오면 자기 얘기를 조잘조잘 해요. 

오, 집에선 자기 얘기를 안 하는데요? 
집에 있을 땐 식사 시간 말고는 ‘잠깐 얘기 좀 하자’ 라고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대화가 자연스럽지 않고 너무 인위적인 거예요.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는 ‘너 오늘 좀 늦게 들어왔다?’ 뭐 이렇게 얘기하면 ‘친구들이랑 뭐 하면서 놀았어’ 하고 대화가 이어져요. 그러다가 저에게 속상했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러더라고요. 되게 일상적인 대환데,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얘기들, 산책을 하면 그제야 들을 수 있어요. 얼마 전엔 할 얘기가 있는지 자기가 먼저 산책 가자고 하더라고요. 


7층 높이 집에 살던 때와 자연 가까이 사는 지금을 비교해 보면 또 어떤 점이 좋아요? 
나무 그림자가 들어오는 집의 풍경이 너무 좋아요.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해놓고 차랑 사과를 툭 놓고 쉬려 하는데,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며 들어오는 거예요. 그게 되게 힐링이 돼요. 나무 자체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나무 그림자는 나무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비 올 때 들어오는 숲 냄새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이끼류를 진짜 좋아하는데요. 이 아파트도 10년이 조금 넘어서 주변에 이끼가 진짜 많아요. 특히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 같은 데요. 어떻게 보면 길이 아니죠. 그렇다고 정원도 아니고, 숲도 아닌 그런 곳이 있는데, 전 그곳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남들이 산책로로 산책할 때 저는 그런 데 이끼 밟으면서 돌아다니고, 만져보고, 처음 보는 포자 막 찾아보고 그래요. 

애써 다듬지 않은 것들을 좋아하시나 봐요. 식물도 식물 자체보단 풀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모습을 좋아하시는 것 같고요. 
네, 맞아요. 잘 다듬어진 에버랜드 같은 정원도 좋지만, 그냥 사람들이 안 올 거 같은 데 보이면 헤치고 들어가서 봐요. 

그럼 식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식물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변화’인 거 같아요. 

정해져 있지 않고요. 
네, 정해져 있지 않고. 똑같은 식물인데 비 오는 날 움직임이 다르고, 계절 바뀔 때 다르고요. 특히 실내에서는 식물 외에 변화하는 게 없거든요. 언젠가 아빠랑 둘이 등산을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사람이 만든 것들은 네모, 세모 이렇게 다 인위적인 모형인데, 그 딱딱한 쉐입을 풀어주는 유일한 게 식물이라고. 사람이 어찌하지 못하고 모양이 만들어지니까요. 굳어진 것만 보면 생각은 갇히게 되고, 한계성이 생기니까 자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식물과 반려한다’는 말에 다소 겸손한 태도를 보이시는 것 같던데요(웃음). 
많이 죽여가지고요 (웃음). 반려식물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정말 다 죽였어요. 지금은 한 7개 정도 키우는데, 그 중에 신경 안 쓰는 스투키는 무서울 정도로 자라고 있고, 옻나무 분재는 신기할 정도로 잘 살고 있어요. 옻나무는 정말 조그마한데, 이 조그만 녀석이 할 거 다해요. 단풍도 지고, 낙엽도 내고, 새싹도 내고.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식물과 반려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세요?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까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아요. 제 성향 자체도 그렇고요. 책임져야 할 게 생기니까 안 해도 될 걱정도 끌어 하고 그래요. 근데 어느 날 내가 이렇게까지 불안을 느끼지 않는 때는 어떤 때일까 하고 돌아봤어요. 그날은 정말 밀도 있는 촘촘한 하루를 보낸 날. 이런 날은 아무 걱정이 없어요. 그런데 뭔가 내가 조금 느슨하게 보냈거나 딴짓을 했거나 하는 날은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팽팽하게 사는 거죠. 그 와중에 식물 키우기를 포함한 쓸 데 없는 일, 반복되는 일을 하면 정화가 돼요. 식물에 물을 주고, 흙을 골라주고, 잎을 닦고. 머리보다 몸을 쓰는 일을 할 때 정화되는 걸 느껴요. 이제야 회장님들이 왜 그렇게 난을 닦고 있었나 알겠어요. 그 난을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고, 난이 비싸서도 아니고, 그냥 그 난을 하나하나 닦으면서 잠시 뇌를 쉬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 라운지에는 식물이 많이 안 보이네요? 
차경으로 보이는 식물들이 더 좋아서 그랬어요. 5월엔 이 담벼락에 장미가 피고, 담쟁이들이 주는 색의 변화도 있고, 그리고 저 큰 나무···. 저것 때문에 지금 마음이 좀 아픈데 저 아이가 주는 변화가 컸어요. 


아···, 얘기 나온 김에 할까요? 실장님한테 인터뷰 요청 드린 이유가 잘린 나무에 대한 글 때문이었거든요. 저 나무 때문에 이 공간을 식스티세컨즈 라운지로 결정하신 거잖아요. 처음 저 나무를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공간을 볼 때 중요하게 보는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빛이에요. 채광이 좋다는 개념보단 제가 생각하는 빛의 방향이 있어요. 빛줄기가 은은한 정도여야 한다거나, 해가 남쪽에서 서쪽으로 돌아갈 때 들어오는 빛의 깊이 같은 거죠.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잘 안 느껴지는데 이쪽 창으로 빛이 들어오면 저 끝까지 들어와요. 그리고 두 번째는 원래 공간이 가진 캐릭터를 살려 두는 걸 좋아해요. 원래 목욕탕으로 쓰인 공간이면 기본적인 요소를 살려 두는 식이죠. 여기는 원래 레바논 대사관으로 쓰인 곳인데, 많이 고치지 않아 80년대 빈티지한 무드가 좀 있었어요. 느낌 자체는 되게 이상했어요. 천고도 낮고, 바닥은 빨간 카페트가 쫙 깔려 있고, 복도와 방의 구성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죠. ‘빛은 예쁘게 들어오니까 뜯어 고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하면서 약간 갸웃거리며 2층에 올라갔어요. 지금은 저희가 복도에서도 밖을 볼 수 있게 창을 뚫어 놨는데 그땐 다 벽이었거든요. 그래서 스읍,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대사룸으로 딱 들어갔는데! 지금처럼 깨끗한 창도 아니고 불투명한 하이샷시 있잖아요. 그 하이샷시 너머로 저 나무가 딱 보이는 거예요. 그때 ‘아 여기 들어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너무 드라마틱한 만남이에요! 
여기가 서쪽이니까 해가 넘어올 때 그 나무를 보면 햇빛이 역광으로 비쳐요. 그때 나뭇잎이 반짝거리면 사람이 넋을 잃고 보게 돼요. 꽤 많은 분이 저희 공간 사진을 찍을 때 거기서 찍으시거든요? 그 장면이 좋아서 담아가는 분도 있겠지만 거기 서 있다 보면 릴렉스 되는 부분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라운지라는 이름 자체도 그렇듯, 이곳은 사람들이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모이는 곳이면 좋겠다는 의도를 담았기 때문에 저 나무가 주는 위안에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나무가 이유 없이 잘려 버린 이야기···, 저도 마음이 아팠어요.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저 여기서 소리 질렀잖아요. 처음에는 가지치기하는 정도인 줄 알았어요. 오전에 출근하면서 ‘너무 많이 자르는 거 아냐?’ 하고 들어가서 점심 먹으러 나왔는데 반이 잘려 나간 거예요. 그래서 저희 다들 경악하고 나무 자르던 아저씨한테 물어봤어요. 어디까지 자르시는 거냐고. 근데 자기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냥 자르라고 해서 자른대요. 얼른 밥을 먹고 돌아왔는데 정말 반이 날아간 상태였고, 속으로 여기까지만 해라 했는데 멈추더라고요. 근데 아니었어. 다음 날 다시 와서 나머지 반을 다 잘라버리더라고요. 

원래는 엄청 큰 나무였군요. 
엄청 컸죠. 저희 직원들은 저 아이 사진이 엄청 많아요. 퇴근하면서 꼭 하나씩 찍어댔거든요. (사진을 보여주며) 이날도 그냥 이렇게 서향 빛이 일렁이는 게 너무 예뻐서 퇴근 전에 잠깐 찍은 거예요. 여기가 겨울엔 조금 삭막해요. 근데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쟤를 통해서 아는 거예요. 잔가지에서 새싹이 막 예쁘게 돋아나거든요. 그러니까 겨울엔 이 새싹만 기다려요. 5-6월쯤 되면 바람에 따라 가지와 잎이 흔들흔들거리고요. 그거 보면서 멍 때리곤 했죠. 

실장님만큼이나 주변에서도 마음 아파했겠어요. 
저만큼 마음 아파하던 친구가 이유라도 알아야겠다고 용산구청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주변 담벼락이 위험해서 그랬다는 거예요. 담벼락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 담벼락과 맞닿아서 애가 쓰러지려 한다든가, 뿌리가 크게 밖으로 나와서 위험하다든가 하면 이해하겠는데···. 저 아이도 저만큼 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 아니에요. 그걸 무참히 잘랐다는 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져요. 진짜 제 팔이 잘리는 기분이었어요. 아직까지도 출근할 때 저쪽을 못 봐요. 마음 아파서. 

그 나무에 경험과 추억이 담겨 있으니 더 그랬겠어요.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하고, 식물을 가꾸는 게 일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이건 제 경험을 먼저 말해야 해요. 제 삶의 가치와 일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식물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식스티세컨즈를 론칭하기 전 직장에서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는데 자발적인 게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퇴사를 권하면서 육아휴직을 준 거죠. 처음엔 불안했어요. 애가 태어나는데 알바라도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근데 차츰 그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니까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게 보이는 거예요. 제가 원래 일 좋아하고 사람 좋아해서 미친듯이 일만 했거든요. 그래서 첫째 크는 걸 잘 못 봤어요. 일을 멈추니까 그제서야 아이가 까꿍하는 것도 보이고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는 것도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살았던 거예요. 

그렇게 한참 지났는데, 이전 직장에서 막상 일할 사람이 없으니 저를 다시 불렀어요. 근데 뭐, 그 회사가 집에서 제일 가깝기도 했고 줏대 없이 복직했죠(웃음). 근데 회사에서 저에 대한 이상한 말이 도는 거예요. 저더러 천사 같다고(웃음). 옛날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거든요? 그도 그럴 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100인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120을 일하고,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요. 직접적인 마찰이 없어도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죠. 그런데 육아 휴직하는 동안 중심 가치가 일에서 우리 가족, 그리고 나로 옮겨오니까 80만큼만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중간에 주어진 쉼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걸요. 그 쉼이 꼭 퇴사나 여행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하루의 중간에 잠깐 커피 마시고, 식물에 물을 주고, 향을 피우는 시간을 가지면 균형적인 하루가 돼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식스티세컨즈 서브 브랜드, '노트 앤 레스트(note & rest)'를 만든 거예요. 노트는 음표, 레스트는 쉼표인데요. 잠을 잘 자려면 하루 중간 중간에 짧은 쉼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전해요. 열심히 일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간에 쉼표를 찍으면 세상을 보는 시선과 삶이 더 유연해질 거라고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식물을 가꾸고, 한 달에 한 번은 전시 관람을 챙기는 쉼표로 진짜 건강해졌어요. 

식물은 우리 삶에 뚜렷한 역할을 하기보다 삶의 루틴이 잘 흘러가도록 윤활제 역할을 해준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 부분에서 식물과 잠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의식하고 하는 행위와 의식하지 않고 하는 행위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건 의식하지 않고 하는 행위들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잠도 그냥 우리 몸이 ‘이제 에너지 많이 썼으니 그만 써라’, 하면서 자는 거잖아요. 하품도 보내고, 눈꺼풀도 무겁게 하고. 식물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늘 식물을 옆에 두고 가꿔야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영혼에 쉼이 필요하면 단단하고 딱딱한 게 아니라 부드럽고 초록한 것들을 향해 기우는 거 같아요. 몸이 식물이나 자연을 원하는 상태가 잠과 비슷한 영역이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에 드리려 했던 질문, 마지막 질문입니다. 식물과 김한정을 연결하면 김한정을 어떻게 소개해볼 수 있을까요? 
쭉 얘기하며 드는 생각은, 저는 식물을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 같아요. 식물이 저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아도 곁에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회복돼요. 그래서 그냥 제 본능이 식물을 찾는 것 같아요.

🌱 $%name%$ 크루가 <초록생활>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요.
🌱 지난호는 여기 모아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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