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식물을 많이 들이는 것에 대해 남편분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요. 그래서 각방을 쓰게 됐죠(웃음).
아 정말요(웃음)? 정말까진 아니고 겸사 겸사(웃음). 남편이 ‘너는 왜 항상 극단적이냐’고 하긴 했어요.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한 번 꽂히면 딥하게 꽂히는 성격이군요. 네, 금방 질려 하고요. 근데 식물은 안 질려요.
왜 그런 거 같아요? 물체가 아니라 생명이니까 이파리 색깔 변하고, 새 잎이 나고 하는 반응이 매일 새로워요. 식물을 가꾸는 행위도 그때그때 달라요. 분갈이만 해도 식물마다 흙 배합을 다르게 해줘야 하죠. 보통 식물이 과습으로 죽어요. 실내에선 바람이 잘 안 부니까. 이걸 방지해 주려면 상토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과습 방지용 흙을 섞어 줘야 해요. 습기를 좋아하는 애는 배합을 또 다르게 해줘야 하고요. 이것도 처음엔 몰랐는데 검색해 보면서 알게 된 거예요.
식물이 130개나 되니까 분갈이 시기나 흙 배합이 헷갈리기도 하겠어요. 분갈이 시기는 따로 정해진 건 없어요. 잎이 비실거리는 녀석 물을 주면서 옆 화분도 한 번 살피고, 그러다가 분갈이 필요해 보이는 애들을 쭉 모으죠. 그러고 나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애들끼리 분류해요. 얘네는 과습을 싫어하고, 얘는 잘 모르겠으니까 이따 검색하고 이런 식으로요.
식물 가꾸기에 에너지와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되진 않아요? 그렇진 않아요. 청소도 매일 조금씩 치우듯 식물도 매일 조금씩 돌봐요. 물론 하루 종일 식물만 보는 날도 있죠. 일이 바빠서 물주기를 놓친 때는 거의 대청소하듯이 차례로 욕실에 들여 샤워기로 샤워를 시켜주고 말리고를 반복해야 하거든요.
대청소라는 표현 재밌네요. 남편은 항상 저한테 식물만 가꾸면 딴 사람이 되는 것 같대요. 일도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요(웃음). 하루는 아침에 물을 주다가 한 녀석이 말라 있길래 보니까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는 거예요. 분갈이해주려고 했더니 상토가 없네? 그래서 상토 사러 나간 김에 식물 구경도 하고 또 하나 데려오고. 오자마자 분갈이할 준비하고, 샤워 못 시킨 애들 샤워시키고 말리다가 저녁이 된 거예요. 분갈이는 저녁에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그제서야 분갈이를 하고 보니까 하루가 다 간 거 있죠. 남편이 저한테 그래요. “너 오늘 하루 종일 뭐 한 줄 알아?”
(그렇게 시간이 간 줄) 몰랐어요? 정말 몰랐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거죠. 그니까 제가 그 정도 수준까지 된 거예요. 이만큼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런 거 같아요.
책에서처럼 숲 같은 공간에서 살아 보니 어때요.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일단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식물을 들이기 전에 집의 모습은 깔끔한 화이트 톤이었어요. 미니멀하게. 그 당시 미니멀이 유행이기도 했고, 저도 그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식물을 하나 둘 들이면서 제가 색감이 있고, 초록 초록한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죠. 어떻게 보면 식물이 제 취향을 찾아 준 거예요. |
with.crsh@gmail.com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160번길 2, 103호 07077259004
수신거부 Unsubscribe